많은 분들이 수술을 앞두고 전신마취을 하게 될지 수면마취를 하게 될지, 둘의 차이가 무어인지 궁금해 하세요. 오늘은 그런 분들을 위해 전신마취와 수면마취의 차이점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려 해요.
먼저 마취는 마취 범위에 따라 세 종류로 나뉜다는 것을 아셔야 해요. 전신을 다 마취하는 것이 전신마취이고, 주로 허리 아래쪽만 마취시키는 것이 부위마취, 그리고 좁은 부위에 일시적으로 통증을 없애는 것이 국소마취에요.
전신마취 > 부위마취 > 국소마취
이 분류법에 따르면 수면마취와 전신마취는 둘 다 ‘전신마취’에 속해요. 수면마취 역시 마취 범위가 우리 몸 전체이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왜 수면마취를 전신마취와 분리해서 다른 말로 부르는 걸까요? 이는 수면마취가 전신마취와 ‘마취되는 정도’와 ‘마취 방법’, ‘회복 과정’ 등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마취되는 정도의 차이>
마취제를 이용해서 환자의 의식, 감각, 운동, 반사의 4가지를 통제하는 것이 마취인데요. 전신마취는 이 4가지를 모두 완전히 차단해요. 반면 수면마취는 의식과 움직임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아요.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전신마취는 아예 의식이 나간 상태라서 어떠한 움직임이나 반사작용도 일어나지 않아요. 또한 환자 스스로 호흡할 수 없어서 전문 장비를 이용해서 인공적으로 호흡을 유지해줘야 해요. 반면 수면마취는 깊이 잠든 정도의 의식 수준 상태라서 환자가 잠꼬대처럼 중얼거리기도 하고 강한 자극에 몸이 움찔움찔 움직이기도 해요.
<마취 방법의 차이>
마취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마취 방법도 자연히 다를 수밖에 없어요.
먼저, 전신마취는 흡입 마취와 정맥 마취의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흡입 마취는 마취 가스를 호흡기를 통해 투여하는 방법이고 정맥 마취는 마취제를 주사로 정맥에 투여하는 방법이에요.
전신마취는 의식, 감각, 운동, 반사를 모두 차단한다고 말씀 드렸죠? 즉, 이 네 가지를 차단하기 위해 각각 필요한 약물이 투여돼야 해요.
먼저, 수술실에 들어가면 환자의 몸에 심전도 검사기, 산소포화도 검사기, 혈압계 등을 부착해요. 그런 후 환자의 입에 산소 마스크를 씌워요. 이때 의사가 심호흡을 하라고 하는데 이는 산호포화도를 높여서 마취가 잘 되게 하기 위한 과정이에요. 이 마스크를 통해 마취제가 들어가는 건 아니랍니다.
환자가 심호흡하고 있으면 마취를 시작한다는 말과 함께 링겔(링거)를 통해서 환자를 수면 상태로 빠져들게 하는 약물이 투여돼요. 그러면 환자가 잠에 빠져 들겠죠? 환자가 잠에 빠져든 걸 확인하면 이제 근육이완제를 투여해요. 수술 중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서 넣는 것이에요.
그런데 이 근육이완제를 투여하면 호흡에 쓰이는 근육까지 움직이지 않게 돼요. 즉, 환자가 스스로 호흡할 수 없게 되는 것이에요. 그러므로 근육이완제를 투여한 후 반드시 ‘기관삽관’이란 것을 해야 해요. 기관 삽관은 공기가 들어가는 길을 확보하기 위해 기도에 관을 넣는다는 뜻이에요. 관 모양의 튜브를 기도에 넣은 후 그 튜브 끝에 인공호흡기를 연결하는데요. 기관 삽관에 사용되는 튜브는 생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안전한 재질로 되어 있고, 넣은 후 체온에 의해 부드러워져서 기도에 맞게 모양을 유지한답니다.
만약 흡입 마취라면 이 튜브를 통해서 마취제가 들어가게 되며, 정맥 마취라면 정맥을 통해 투여돼요. 시간이 짧게 걸리는 수술이라면 정맥 마취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수술이 오래 걸리는 수술이라면 대게 흡입 마취를 한답니다. 마지막으로 통증을 느끼는 감각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서 펜타닐, 레미펜타닐, 모르핀 같은 아편계 마약을 투여합니다.
이제 의식, 감각, 운동, 반사를 모두 차단했으니 끝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지 않아요. 수술하는 내내 환자의 산소포화도, 심전도, 혈압, 심박출량 등을 체크하고 관리해야 해요. 그러므로 전신마취 수술을 하려면 마취과 전문의가 있는 편이 더욱 안전하다고 할 수 있어요. 마취과 전문의는 환자의 상태를 계속 예의 주시하면서 마취제의 양과 산소양 등을 조절하고 피가 모자라면 수혈을 하기도 하는 등 수술 내내 환자가 수술에 필요한 최적의 생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답니다.
이제 수면마취 방법에 대해 알아볼까요?
수면마취는 의식과 움직임을 완전히 차단하는 게 아니므로 전신마취보다 훨씬 방법이 간편해요. 보통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환자의 몸에 ‘링겔(링거)’을 달아두는데요. 수술실에 들어가서 이 링겔을 통해 정맥 마취제를 투여하면 불과 몇 초 만에 잠에 빠져들면서 수면마취 상태가 돼요.
수면마취는 전신마취와 달리 환자가 스스로 호흡할 수 있으므로 기도를 확보할 필요도 없으며 아편계 약물이나 근육이완제 등도 투여하지 않아요. 하지만 환자의 활동 징후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경우라면 마취제나 기타 약물을 추가로 넣을 수도 있어요.
이처럼 수면마취는 무척 간편하지만 수면마취 역시 환자의 의식을 다루는 마취이므로 수술 전부터 환자가 무사히 깨어나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수면마취의 정확한 용어는 감시마취관리(MAC, Monitored Anesthesia Care)랍니다.
<회복 과정의 차이>
만약 흡입 마취로 전신마취를 했다면 수술 후 의식이 돌아오더라도 투여된 마취제가 체내에서 완전히 배설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특히 수술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 마취제가 완전히 배출되는 데 수일이 걸릴 수도 있어요.
또한 기도 확보를 위해 튜브를 넣었기 때문에 목에 통증이 있을 수 있어요.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특별히 무슨 조치를 할 필요는 없고 하루 이틀 뒤에 저절로 가라앉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통증이 있거나 쉰 목소리가 계속해서 난다면 성대 마비나 손상이 있지는 않은지 진료 받아보셔야 합니다. 덧붙여 전신마취는 근육을 마비시켰었기 때문에 의식이 돌아온 후에도 한동안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 할 수도 있어요.
반면 수면마취는 수술 후 몇 시간이 지나면 대사 활동을 통해 마취 성분이 금세 몸 밖으로 빠져나가서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어요. 목에 튜브를 넣지도, 근육이완제를 넣지도 않았으므로 불필요한 통증이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도 없고요.
지금까지 전신마취와 수면마취의 차이점에 대해 살펴보았어요.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전신마취를 하든 수면마취를 하든 마취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수술 받는 것이 마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