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4 Hits(3014)
최근 전문 의료기관이 아닌 안마 시술소나 미용실, 피부 관리실 등에서
불법 성형 시술을 받은 후 고통 받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특히 보톡스나 필러 같은 ‘쁘띠 성형’ 분야에서 많이 일어나는데요.
주사만 맞으면 되는 간단한 시술이라고 얕보았다가는
끔찍한 부작용에 시달려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얻게 될지도 모릅니다.
불법 성형의 끔찍한 부작용은 대개 ‘이물질’에서 비롯되는데요.
오늘은 불법 성형으로 몸에 이물질을 집어넣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일들을 알아보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 서울 모처의 안마 시술소에서 평생을 살아온 한 이물질이 쓴 글 한 편을 구해봤는데요.
국립중앙도서관 의학/수기 섹션에서 무려 500원을 주고 어렵게 찾은 자료이니 재밌게 읽어주시길!
“어느 이물질의 고백”
나는 이물질이다.
‘다를 이(異)’에 ‘물질 물(物)’ 자를 쓰는 내 이름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나는 보통 사람들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과는 엄연히 다른 존재이다.
질문을 하나 해보겠다. 만약 당신의 집에 낯선 이가 노크도 없이 갑자기 들어온다면 어찌하겠는가?
비명을 지르고 손에 집히는 아무거나 집어 던지고 심한 경우 야구 방망이를 집어 들고 휘두를지도 모른다.
아무튼 당신은 낯선 존재를 최선을 다해 내쫓으려고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당신이 집어 던진 물건들에 의해 집이 파손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파손은 당신이 무사히 침입자를 내쫓는 데 성공하기만 했다면 크게 걱정할 바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당신이 평생 두려움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당신의 몸의 입장에서 본다면 나도 낯선 존재, 곧 당신의 집에 쳐들어간 침입자와 다를 게 없다.
그러므로 만약 내가 당신의 몸에 들어간다면 당신의 신체에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이물질들이 그런 건 아니다.
인간들은 자신들의 몸과 조화롭게 잘 살 수 있는 이물질들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그런 이물질을 의료용 이물질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이물질에는 고체 실리콘, 각종 필러, 고어텍스, 코히시브겔 등이 있다.
이 친구들은 FDA나 KFDA라는 엄격한 기관의 검사를 통과했다.
그러므로 그들은 당신의 몸에 들어가서도 얌전히 잘 지내며, 어떤 친구들은 잠시 머물다가 스스로 사라질 줄도 안다.
당신의 몸은 그들을 기꺼이 방문자로 인정해준다.
반면 환영받지 못하는 이물질들이 있다. 인간들은 그들을 비의료용 이물질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이물질에는 공업용 액체 실리콘, 파라핀, 바셀린, 불법 콜라겐, 각종 불법 필러 등이 있다.
비의료용이라는 말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원래 이런 이물질은 당신 몸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의료용 이물질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이유로 그것들을 당신 몸 안에 집어넣는 이들이 있다.
전부 비의료용 이물질의 값이 훨씬 싸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들은 싼 가격으로 당신을 유혹해서 비의료용 이물질을 당신 몸 안에 집어넣는다.
당신은 이물질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용과 비의료용 이물질을 구분할 수 없다.
포장지만 잘 보면 구분할 수 있다고?
KFDA 인증 마크만 잘 살피면 된다고? 믿을 만한 친구가 소개해 줬다고?
그렇다면 묻겠다.
내가 의료용 이물질로 보이는가, 아니면 비의료용 이물질로 보이는가?
당신은 당연히 내가 의료용 이물질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내 몸에는 KFDA 인증 마크가 찍혀 있고 정품과 똑같은 포장지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믿을 만한 당신 친구가 벌써 한 달 전에 나를 받아들였는데 지금껏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니 당신이 나를 의료용 이물질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비의료용 이물질이다.
KFDA 인증 마크과 정품 포장지는 날조된 것이다.
당신 친구에게 아직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은 건 아직 내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겠다.
나는 다양한 재주를 부릴 줄 아니까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
내 첫 번째 재주는 몸을 딱딱하게 굳히는 것이다.
나는 당신 피부 밑에서 서서히 몸을 딱딱하게 만든다.
대체 왜 그러느냐고?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당신 몸의 여러 성분들이 자꾸 나한테 들러붙기 때문이다.
나는 가만히 좀 쉬고 싶은데 이것들이 귀찮게 자꾸 엉겨붙으니까
'에라 모르겠다. 그냥 돌이 돼버리자.' 하고 마음먹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해서라도 내 존재를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은지도 모른다.
내 두 번째 재주는 길을 막는 것이다.
나는 당신 피부 조직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실어 나르는 길을 가로막는다.
처음에는 당신 피부가 부어오를 것이다.
길이 막혀서 노폐물이 점점 쌓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때쯤 당신은 고통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당신의 고통을 알면서도 피해주지 않는다.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 피부 조직이 죽어 나갈 때까지 버티고 있을 것이다.
왜 그러느냐고? 내가 이미 돌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당신도 한 번 돌이 되어보라. 아마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싫을 것이다.
게다가 혹시 아는가? 당신 피부 조직이 다 죽으면 내가 바깥세상으로 다시 나갈 수 있을지?
내 세 번째 재주는 염증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건 내 재주라고 할 수 없다. 당신 몸이 나를 침입자로 여기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니까.
당신 몸은 나를 처리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그럴수록 염증은 늘어난다.
염증은 침입자를 없앨 때 생기는 자연스런 반응이니까.
하지만 결코 나를 없앨 수는 없다. 나는 당신 몸 따위가 분해할 수 있을 만큼 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만 더 하겠다.
스스로 날 당신 몸 안에 불러들여 놓고서 이제 와서 나쁜 놈 취급하며 없애려 하다니,
당신 몸에 염증이 생기는 건 다 자업자득이다. 염증이 종양이 되어도 당신은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내 네 번째 재주는 이리저리 이동하는 것이다.
한 군데서 길을 막고 있는 건 아무래도 영 재미가 없다.
나는 이왕 들어왔으니 당신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싶다.
하지만 큰 몸을 이끌고 다니려면 너무 힘들고, 또 그래서는 많은 곳에 가볼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먼저 내 몸을 잘게 쪼갠다.
그 후 수많은 내 작은 몸들을 당신 몸 구석구석으로 파견 보낸다.
내 귀여운 아이들은 조금 더 가로막기 좋은 길목은 없는지, 혹은 다른 장난을 칠만 한 곳은 없는지 적극적으로 탐색한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곳을 만나면 거기 눌러앉는다.
그러면 당신 몸은 또 염증을 만들 테고,
내 아이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길을 막은 채 당신 피부 조직이 괴사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그래, 좋다. 내가 나쁜 놈이다. 사실 나도 내가 이러는 게 정말 싫다.
나라고 왜 굳이 그러고 싶겠는가? 그래서 당신한테 경고하려고 글을 남기는 것이다.
내가 재주 부리는 게 싫다면 애초에 날 당신 몸 안에 넣지 말아 달라.
나도 원하지도 않는 몸에 들어가서 욕 얻어먹기 싫단 말이다.
혹시라도 실수로 날 몸 안에 넣었다면 당장 다시 빼내길 충고한다.
내가 당장에는 못된 짓을 하지 않겠지만 당신 몸에 익숙해지면 차차 재주를 부리기 시작할 것이다.
만약 내 몸이 잘게 쪼개져서 당신 조직 구석구석 퍼졌을 때라면 너무 늦은 거다.
그때 가서 부랴부랴 세상에서 제일 용하다는 의사를 데리고 와서 나를 끄집어내려고 해도 날 완전히 다 끄집어낼 수는 없다.
당신 피부를 다 드러내지 않는 이상, 그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다시 한 번 말하겠다.
만약 당신이 ‘고작 주사 한 대 맞는 건데 괜찮겠지'‘여기가 훨씬 더 싸니까’하는 식의
안일한 생각으로나를 당신 몸에 들였다면 최대한 빨리 빼내기를 바란다.
아니, 애초에 그런 마음을 품지 말라.
당신은 당신 몸을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 그건 당신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의무이다.
그 소중한 권리와 의무를 가벼이 여기지 말라. 나도 당신의 아름다움을 빼앗고 싶지 않다.
잘 읽으셨나요?
알아본 바로는 이 이물질이 살았던 안마 시술소는 불법 업소로 적발되어 몇 달 전에 없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법 시술을 하는 곳이 비단 이곳뿐만은 아닐 테니 항상 조심하시길!
양심선언을 한 이 착한 이물질이 이제라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공장으로 가서 멋진 제품으로 재탄생했기를 바라며,
오늘도 비비디 바비디 부~!